※캇데쿠 전력 60분 참여했습니다.※주제: 요리※고교 시절 몰래 연애하던 바쿠고와 미도리야가 졸업해 동거합니다. 독립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사소하고도 제법 심각한 어려움을 하나 골라보라고 해보자. 아마 제법 여럿이 요리라고 답해올 것이다. 그저 무럭무럭 크기 바빴던 어린 시절에야 부모님이 해주는 밥을 먹으면 되었고, 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적어도 하루 한 끼가 꼬박꼬박 급식으로 나오니 걱정할 필요가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여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는 게 그들의 조잡한 이유였다. “진작 배워뒀어야 했는데! 이제 편의점 도시락은 질렸어!”“과연 잡몹들이 뭘 잘하겠냐. 뻔하지.”“말본새 하고는! 그러는 바쿠고 넌 얼마나 잘하는데!” 젓가락으로 앞에 놓인 술안주를 집던 바쿠고가 요리의 중요성을 지금에서야 알았다고 ..
새벽과 아침의 경계에서야 지난밤의 꿈이 깨졌다.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켜고 침대를 벗어나는 일련의 습관적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창가의 커튼을 밀어보니 그림자처럼 어둑한 아파트 단지의 형체 너머, 저 멀리 수평선에서 하루의 시작이 떠오르고 있었다. 멍한 뇌가 온전히 깨어날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다 퍼뜩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 바로 준비하지 않으면 지각할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 섰다. 욕실로 돌린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출근해야지? 아침 먹고 가렴.”“잘 먹겠습니다.” 나갈 채비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희미하던 맛좋은 냄새가 더 강해졌다. 거의 다 차렸으니 와서 앉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그대로 따랐다. 드르륵 밀려나는 의자 소리에 뒤이어 모자간 소소한 대화가 이어졌다. 아버지는요? 먼저 나가셨어..
※캐붕주의※바쿠고와 미도리야가 졸업해 히어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사귄 것도 동거도 최근이라는 설정※리퀘스트: 사소한 걸로 질투하는 바쿠고 3월은 연인을 닮았다. 당신은 이렇게 말하는 미도리야에게 당신은 물었다. 어디가 그렇죠? 미도리야는 진지하게 답해준다. 성큼 물러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다가오길 반복하는 추위의, 그런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다는 게 비슷하다고. 성의 있는 응답에도 당신은 다른 질문을 던지길 멈추지 않는다. 둘의 다른 점은 무엇이냐는 의문에 미도리야의 고개가 살짝 각도를 달리해 흔들리고, 잠시간의 고민을 끝낸 입술이 곤란하다는 듯이 달싹인다. “요즘 날씨는 꽃샘추위花冷え란 말처럼 이유라도 있는데, 캇짱은… 왜 그러는지 모를 때가 훨씬 많아서요.” 머쓱하게 웃는 미도..
※캇데쿠 정모에서 라파님과 쓰기로 한, 캇짱이 데쿠에게 귀여워라고 말하는 글입니다.※캐붕 주의!!! 사람은 각자 자신에게 걸맞은 자리가 있다. 미도리야 이즈쿠를 어릴 적부터 짓눌러온 그 명제는 일견 타당해 보였다. 개성뿐만 아니라 선천적이건 후천적이건 아주 많은 부분에서 개인은 타인과 달랐고 그에 따라 정해지는 위치, 계급, 공고해지는 인식과 편견이라는 놈은 한 사람의 생을 구성하며 정의하고야 만다. 미도리야 역시 이것에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다만, 그런데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게 있었을 뿐이었다.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오랜 꿈이 순응하려는 이성을 짓눌렀던 것이다. 그마저도 용서할 수 없다고 주먹을 휘두르는 현실로 인해 포기할 뻔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미도리야는 딱 하나만 욕심을 내기로 했다. 오직 하..
헬사렘즈 로트, 세계의 균형이 어그러진 비상식의 도가니탕의 밤은 평온했다. 적어도 지금까지, 라이브라의 심장부에서는. “연모하고 있네.”“뭐?” 스티븐은 우선 막 넘기려던 커피를 뿜지 않은 자신에게 감탄했고, 다음으로는 사는 동안 몇 번 해보지 않았던 반성을 이었다. 이제 몸도 예전같이 쌩쌩하지 않은데 역시 무리였나. 환청이 들리는 걸 보니 한 이틀은 깨지 않고 자야 할 판인가 보군. 자가 진단을 내린 스티븐은 오늘은 이쯤 해야겠다며 탁자에 쌓인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던 대형 사건이 최근 연이어 터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일주일 연속 야근을 해내고 있던 참이었다.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스티븐의 다크서클과 퀭한 눈은 라이브라 멤버들의 걱정을 샀다. 가득 쌓인 서류를 처..
※급전개 주의※크라우스 안 나옵니다. 레오나르도 워치, 대개 레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어린 청년은 자신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알아차렸다. 앞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어둠 속에서 정교하고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안구가 반짝거렸다. 신들의 의안이라는, 매우 귀중한 취급을 받는 눈이 아직 몽롱한 머릿속과 달리 멋대로 뇌에 정보를 전달하려 했다. 레오는 머리를 흔들어 완전히 정신을 찾았다. 다행히 바로 죽이려던 건 아니었는지 숨 쉬는 것은 자유로웠다. 공기 중에 섞인 텁텁함으로 보아 실내, 그것도 밀폐된 곳인 듯하니 아마 어느 건물의 지하실이 아닐까 싶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는 자신의 팔과 다리가 앉혀져 있는 의자에 묶여 있음을 인지했다. 조금이라도 느슨해지지 않을까 몸을 흔들어보려 했지만, ..
※바쿠고와 미도리야가 이미 히어로. 사귀고 있습니다.※둘의 히어로 네임은 연재분에서 나온 것을 사용했습니다. 정식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번개가 내려치는 환상을 본 듯했다.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는 게 진심이었다. “야. 이게 뭐냐.” 우여곡절 끝에 사귀게 된, 결코 관대하거나 느긋한 성격이 아닌 소꿉친구에게 필히 숨겨야 했던 것이 들켜버릴 바에야 벼락 좀 맞는 게 낫지. 감히 바로 대답하지 못한 미도리야 이즈쿠는 온몸에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도 창백하게 혈색이 없을 얼굴에 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뿐이랴, 짧은 순간에 흐르는 식은땀으로 인해 축축하게 등이 젖었음이 느껴졌다. “호오, 입 다물고 있으시겠다? 자신 있다 이거지?” 가소롭다는 뜻이 명백한,..
※요괴x인간 AU※미도리야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전공은 대충 향토학 비스무리. ※연재 미정 태양이 잔인하리만치 강하게 내리쬐는 낮이었다. 이마의 땀을 훔친 만큼 목이 말랐다. 연신 손으로 부채질하다 길거리에 널린 카페 중 아무거나 골라 들어가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 테이크아웃이요, 쿠폰은 필요 없어요. 안녕히 가시라는 의례적인 인사를 받으며 급히 빨대를 이로 물고 음료를 빨았다. 차갑고 새콤달콤한 맛이 입과 식도를 식히자 한결 살 것 같았다. ‘그러니까, 어디랬지…?’ 매고 있던 백팩에서 지도를 꺼내 몇 번이고 살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낯선 지역의 처음 와보는 도시에서 미도리야는 당연히도 헤맸다. 그놈의 대학 과제가 뭐라고. 잘 풀리지 않아 끙끙대던 중,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던 조..
저녁노을이 다가왔던 그 날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미도리야는 결정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새 또 무슨 일이 있구나 싶은 얼굴의 우라라카와 이이다의 협조를 받아 혹시라도 상대가 먼저 저를 부를까 봐 신경 써서 동선을 바꾸고, 단체로 움직일 일이 있어도 되도록 거리를 벌리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는 그럭저럭 성과가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전혀 부르지 않으니 호칭을 지적당할 일이 없긴 했으니까. 하지만 과연 바쿠고가 이런 미도리야의 거리 두기를 용납했다고 묻는다면, 글쎄다. 점차 사나워지는 상대의 시선이 금방이라도 미도리야를 죽일 것처럼 따라붙자 반 아이들이 슬쩍 다가와 속삭였다. 한동안 너네 괜찮아 보였는데 또 왜 저러냐. 기억이 없어진 나머지 실수라도 한 거야? 저 녀석 엄청나게 쪼잔하니까..
※진단메이커에서 나온 대사 사용(제목)※데쿠가 죽을 게 뻔한 곳으로 가기로 했다는 전제※캐붕 주의 희망은 잔혹하다. 가장 아래에 숨어 모든 절망과 재앙이 휩쓰는 꼴을 보고 나서야 슬그머니 기어 나와 포기하지 말라 속삭이는 그것에 분노해보지 않은 자 있던가. 미도리야 이즈쿠는 동의했다. 그 또한 화가 없지만은 않았다. 다만 매달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간절했을 뿐이었다. 몇억, 몇십 억분의 일의 확률로 자신의 꿈을 이룰 기회를 부여받은 운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고통스럽게 발버둥 치다 놓아야 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쇠사슬처럼 무거운 미련을 질질 끌며, 흉한 질투가 흐르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겠지. “그래서야.”“이, 멍청한 등신아!” 눈앞의 남자는 잔뜩 인상을 구긴 채 위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답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