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없이 짧습니다.※밤에 만나는 둘이 보고 싶었을 뿐... 하늘 높이 떠 있던 달이 슬쩍 내려와 나무에 걸렸다. 결코 만져볼 수 없을 아득한 존재가 고작 정원의 수목 하나에 잡힌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인지라, 그것에 눈길을 빼앗겨 창틀에 손을 짚은 옥윤의 몸이 슬쩍 밖을 향해 기울었다. 그렇게 조금씩 각도가 수평을 닮아가며 상체가 거의 창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불쑥 허리를 감은 타인의 손이 있었다. 옥윤은 멈칫했다. 달을 향하던 그녀의 시선이 제 허리에 닿은 팔로, 그 팔의 주인에게로 향했다. 막 불을 붙인 담배를 입에 문 사내였다. 가느다란 연기 한 줄기가 그의 입가에서 피어올랐다. “위험하잖아. 그러다 떨어질라.”“내가 그럴 것 같아?” 여자라고는 해도 성인 한 명의 무게라면 상당히 나갈 텐데, 거..
※영화 '암살' 스포 有※영화 결말과 다릅니다. 0.조국을 떠나 멀리 만주 땅에 자리 잡은 신세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어미는 척박한 그곳에서 힘겹게 저를 키우며 가끔 고운 옷 한 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속삭이곤 했다. 어렸던 아이는 그런 어미에게 엄마 하나면 충분하다며 고픈 배에서 울리는 소리를 부러 웃음소리로 가렸다. 품을 파고들면 거칠어진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그녀를, 온기를 나는 아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1.톡. 톡. 톡. 가볍게 세 번, 노크라고 하는 행위는 방 안에 있는 사람을 존중하고 있었다. 굳어 속에 맺힌 과거의 상념에서 깨어난 옥윤은 천천히 일어섰다. 문에 다가가면서 손에 무언가를 쥐고 발소리를 죽이는 것은 그간의 삶이 새겨놓은 부산물이다. 끼익, 기름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