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AU※연하 하와이 피스톨x연상 옥윤. 나이차 주의※하와이 피스톨은 하 건, 미츠코는 화윤입니다. 어둑해진 하늘 아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일렬로 세워진 가로등 불빛을 보며 옥윤은 걸었다. 하늘 너머의 별보다 가깝고 그보다 싸늘한 빛이 집으로 가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 밤늦게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니 이런 밤길이 되려 친숙해질 지경이었다. 쌍둥이 언니 화윤은 자신처럼 안전하고 편하게 집에서 하라 말렸으나 옥윤은 이게 편했다. 집과 독서실이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고, 제법 호신술도 배워 두었으니 문제 될 것은 없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내년이면 드디어 악몽 같다던 고등학교 삼학년인지라 더욱 학업에 집중해야 했다. “어이.”“…?”“옥윤이 이제 왔냐?” 그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이 하나 생긴 것만 ..
※별것 없이 짧습니다.※밤에 만나는 둘이 보고 싶었을 뿐... 하늘 높이 떠 있던 달이 슬쩍 내려와 나무에 걸렸다. 결코 만져볼 수 없을 아득한 존재가 고작 정원의 수목 하나에 잡힌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인지라, 그것에 눈길을 빼앗겨 창틀에 손을 짚은 옥윤의 몸이 슬쩍 밖을 향해 기울었다. 그렇게 조금씩 각도가 수평을 닮아가며 상체가 거의 창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불쑥 허리를 감은 타인의 손이 있었다. 옥윤은 멈칫했다. 달을 향하던 그녀의 시선이 제 허리에 닿은 팔로, 그 팔의 주인에게로 향했다. 막 불을 붙인 담배를 입에 문 사내였다. 가느다란 연기 한 줄기가 그의 입가에서 피어올랐다. “위험하잖아. 그러다 떨어질라.”“내가 그럴 것 같아?” 여자라고는 해도 성인 한 명의 무게라면 상당히 나갈 텐데, 거..
※영화 '암살' 스포 有※영화 결말과 다릅니다. 0.조국을 떠나 멀리 만주 땅에 자리 잡은 신세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어미는 척박한 그곳에서 힘겹게 저를 키우며 가끔 고운 옷 한 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속삭이곤 했다. 어렸던 아이는 그런 어미에게 엄마 하나면 충분하다며 고픈 배에서 울리는 소리를 부러 웃음소리로 가렸다. 품을 파고들면 거칠어진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그녀를, 온기를 나는 아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1.톡. 톡. 톡. 가볍게 세 번, 노크라고 하는 행위는 방 안에 있는 사람을 존중하고 있었다. 굳어 속에 맺힌 과거의 상념에서 깨어난 옥윤은 천천히 일어섰다. 문에 다가가면서 손에 무언가를 쥐고 발소리를 죽이는 것은 그간의 삶이 새겨놓은 부산물이다. 끼익, 기름칠이 ..
※해그시 트친오락관※설정 파괴 有: 리 언윈은 자발적으로 희생하지 않았다 네가 울던 밤이 떠올랐다. 남자는 유달리 쓴 맛이 나는, 식지 않아 김이 피어나는 커피를 한 모금 넘겼다. 설탕이나 시럽을 넣지 않은 순수는 평소 그가 만족하던 것이었으나, 오늘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방 안에는 고전적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열정을 쏟아 부은 연주가 최고급 스피커를 통해 손실 없이 장소를 채우는 것을 들으며 해리 하트는 책상 위에 내려놓은 잔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그 손길은 책상 위를 쓰는 것으로, 그리고 자기 자신의 상체 셔츠 단추를 촉감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어느덧 절정에 이른 음악이 발끝을 타고 온몸을 휘감았다. 해리는 눈을 감고, 자신을 감싸 안은 무형의 족쇄가 꽃을 피우기..
해리의 충고를 따르겠다는 말이 진심이었던 모양인지 에그시의 연애사는 한동안 잠잠하다 못해 땅 속 깊숙이 숨어버렸다. 가벼운 데이트를 지양하느라 재깍재깍 저녁이 되면 집에 들어갔더니 동생과 사이가 더 좋아졌다고, 웃음 섞인 투정을 부리는 에그시는 일견 익살떠는 광대처럼 보였다. 해리는 에그시의 넉살을 본 멀린과 퍼시벌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모른척하기 위해 지난 경험들을 되살렸다. 당신이 말할 줄 알았다는 의미가 담긴 것을 웃으며 받아넘기는 행위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글쎄다. 그렇게 무난한―맡아야 했던 임무의 난이도는 제외하고―일상이 얼마나 지났을까. 에그시가 폭탄선언을 한 어느 날은 모처럼 세계가 한가한 무렵이었다. 본부로 돌아와 마무리한 자신의 임무 보고를 끝낸 킹스맨들 몇이 같이 식사라도 하자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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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60분 전력 주제: 유년기※공미포 1946자 에그시는 생각했다. 자신의 짧다면 짧은, 20년을 조금 넘긴 삶에서 유년기라 할 수 있을 만한 시기는 얼마나 될까. 아비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 몇 년도 되지 않아 에그시는 아이의 몸에 어른의 인내를 갖추어야 했다. 집에 남은 돈은 없었고 그의 어미는 홀로 스스로를 지탱하기에도 약했다. 에그시는 그녀가 데려온 애인이 제 뺨을 후려친 그 날부터 직감했다. 행복한 어린 시절따윈 개나 주라지. 그렇게 포기하고 살아왔건만, 해리 하트라는 남자가 그때 끊어진 것을 이어 붙였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남자는 에그시를 구원했고, 의지할 수 있게 했고, 미래를 열어주었다. 자신에게 그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것도 해리였다. 그는 마치 아비가 아..
※공미포 2514자 혈기왕성한 청춘은 사랑을 한다. 갓 킹스맨이 된 에그시에게 이 말은 꼭 들어맞는 문구였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해야 했던―심지어 정식 요원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첫 임무에서 성공적으로 공주님과 뒹굴었던 것처럼 그의 연애는 자유분방했다. 애인이 없을 때는 불타는 하룻밤을, 사귀기로 한 뒤에도 짧은 만남을 반복하는 그에게 뭐라 하는 사람이 딱히 존재하지 않아 더 그럴지도 몰랐다. 다 자라다 못해 건강한 20대 청년의 사적인 영역을 함부로 지적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어쩌면 가까운 사람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구라면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에그시의 어머니 미쉘은 어린 딸, 그의 동생을 돌보느라 바빴고, 그가 밖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슈기님께 감사의 의미로 썼습니다. ※공미포 2175자 해리 하트는 소리 없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관리가 잘 되어 있는 방문은 부드럽게 열렸고, 고도로 훈련된 요원의 걸음은 약간의 자취도 남기지 않고 움직였다. 단단한 구두가 아닌 보드라운 실내용 슬리퍼가 더욱 쉽게 소음을 없애주었다. 임무가 아님에도 이리 조심해가며 해리가 목적한 곳은, 누군가 차지해 중간이 동그랗게 튀어나온 이불로 덮인 침대였다. 남자는 제 것이 아닌 숨소리가 방 안을 채우고 있음을 들었다. 깊게 잠이 든 듯 느릿하고 일정한 호흡은 자정을 넘긴 시간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그렇게 조용하게, 해리는 침대 바로 옆에서 멈추었다. 도톰한 이불 끝, 베개가 있는 쪽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보다 좀 더 밝은 그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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