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른 전력 주제: 사랑과 우정 사이※짧고 매끄럽지 않습니다. 같은 학교에 속한 학생이라면 대개 비슷한 일정을 가진다. 배우는 과목도 비슷하니 끽해야 동아리 활동의 여부와 종류의 차이나 다른 정도일까. 그런 하루의 쳇바퀴를 조금이라도 덜 지루하게 돌리고자 하는 생물의 본능은 각 반과 학년, 때로 전교를 통합하는 이슈를 만들고야 말았다. 일정한 주기라도 있는지 매번 지치지도 않고 찾아오는 화제에 소년소녀들은 기꺼이 짧으면 며칠, 길면 몇 달을 열중하고 고민했다. 이런 맥락을 타고 이번에 세이도 고교에서 새로 타오른 주제는 하굣길에,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아예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쉴 새 없이 들려오는 노래가 부르짖는 것에 대해서였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는 것. 당..
※사와른 전력 60분 주제: 유성우※주제랑 내용이 조금 따로 놉니다. 십 대 소년소녀가 가질 법한 취미란 무엇일까. 운동이나 패션, 독서 등이 딱 떠오른다지만 막상은 더 다양하다. 어떻게든 급을 나누려는 인간의 본성답게 암묵적인 우열이 있는 그것 중 오늘 화제가 된 하나는 그래도 제법 받아들여지는 종류였다. “그거 봤어?”“주말에 예매 잡아놨지. 너는?” 자와자와한 것은 스타워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작의 신작에 대해서였다. 딱히 영화에 흥미가 없던 사와무라도 주인공과 악역이 누군지 정도는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시리즈였다. 그래 봤자 아임 유어 파더 어쩌고 포스의 힘이 저쩌고, 서로 광선검을 휘두른다는 정도였으니 수박 겉핥기였다만. “에이준 군, 혹시 이번 스타워즈 봤어?” 헌데 그 정도 흥미에 불..
※미정발 요소가 들어갑니다.※날조 있습니다. 극소수의 조심성 많은 이들을 제외한다면, 누구나 고의가 없다 할지라도 무심코 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를 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세이도 고교 2학년, 사와무라 에이준은 당연히 소수의 예외가 아니었다. 나가노의 건강한 남아답게 그간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질러왔던가. 허나 그런 사와무라도 지금 상황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 망가졌슴까?” 정황은 단순했다. 사와무라가 야구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며 미유키를 찾아간 이래로 이따금 다른 녀석들도 주장에게서 수업에 가까운 설명을 듣곤 했다. 장소는 자연스럽게 미유키의 기숙사실이 되었고, 사와무라는 주도자답게 남들이 안 올 때도 자주 들락거렸다. 점차 자신의 베개를 밑에 깔고 만화책을 읽거나 과자를 먹는 사와..
※전력 주제: 심술※미정발 네타 요소가 들어갑니다.※등장인물의 말투나 성격이 왜곡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편의상 미야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표기합니다. 어제보다 내일이 더 많을, 온갖 문학이 칭송하는 청춘에 걸맞은 나이에 이른 미야 아츠무는 다소 거칠게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덜걱이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던 쌍둥이 형제 오사무는 짜증이 서린 상대를 보고는 거의 다 먹은 도시락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제 자리에 털썩 앉은 아츠무에게 별로 궁금하지 않은 티가 나는 질문이 던져졌다. “뭐야. 아까만 해도 멀쩡하게 밥 먹고 나가더니?”“고백받았거든.”“몇 반 누구길래.”“알 게 뭐야.” 아츠무와 오사무에게 있어 고백을 받는다는 것은 연례행사, 아니 더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다. 중학교 때도 ..
▷미정발 네타 내용이 들어갑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치고 카게야마 토비오는 2학년이 되었다. 배구를 제외하곤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유급하지 않은 게 용하다 해도 어디까지나 진급은 진급. 그것은 즉 새로 맞이하게 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모처럼 방과 후 배구부로 가는 시간이 맞은 카게야마, 히나타, 츠키시마 셋은 가볍게 담소를 나눴다. “드디어 나도 선배라고 불리는구나!”“1학년한테 동급생이라고 착각 당하지나 말라고.”"이게 진짜!"“착각하건 말건 간에, 부디 빠릿빠릿한 신입이 들어와야 할 텐데. 농땡이 부리다간 제왕님이 냉큼 내쫓을지도 모르잖아?”“우와, 엄청 가능한 미래잖아 그거!” 눈을 빛내는 히나타와 빈정대는 츠키시마에게 바로 그러진 않을 거라며 항변하던 카게야마는 문..
※1인칭 주의※손풀기용 단문이라 짧아요. 잊을 수 없는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중 내게는 다른 사람이 들으면 놀랍다 여길 법한 것들이 많았다. 소중한 것도 있고 발판 삼아 앞으로 주의해야 할 것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가장 선명한지는 나의 스승과 친우와 적들 모두에게 미안하게도, 그들이 아닌 하나뿐이었다. 너에 대한 것. 기연을 만나 뒤따르고 마주할 수 있게 된 나날이 지난 나에게 너는 분노했다. 그런 너는 마주하기 그저 껄끄러웠다. 싫지만 대단해서 눈을 뗄 수 없다. 그게 내가 너에 대해 정의한 전부였다. 바꾸기엔 입에 너무 붙은 애칭 같은 별명도, 익숙하다 못해 줄줄이 꿰고 있는 네 패턴도 혐오 섞인 동경 때문이었다. 소꿉친구라는 이름표를 달기엔 부끄러울 만큼 친밀하지 않았다. 그날까지는 그랬다..
※중학교 졸업 후 바쿠고의 부친과 미도리야의 모친이 재혼한 AU※세계에 개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출생의 비밀 없습니다. 근친 X 백수가 아닌 이상 주중의 아침은 모두가 바쁘기 마련이다. 미도리야는 아직 낯선 교복의 단추를 꼭꼭 잠가 등교 준비를 마쳤다. 시계를 보니 오늘은 아직 느긋하게 밥 먹을 정도의 여유가 있을 듯했다. 그래 봤자 가장 먼저 출근하는 아저씨, 아니 아버지는 이미 집을 나선 지 오래였겠지만. 방문을 여니 이 층에까지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겼다. 미도리야는 계단 난간을 잡고 한발 한발 일 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에선 어머니가 자식들이 먹을 것을 식탁에 나르고 계셨다. 잠시 기다리던 미도리야는 접시가 다 놓인 뒤 의자에 앉았다. 깔끔하게 차려진 상에 어울리는 평범한 대화가 오갔다. “안녕히..
※캇데쿠 전력 60분 주제: 스토킹※급전개 주의 파릇파릇한 청춘에 속하는 눈부신 나이면 뭘 하나. 비슷비슷한 나날의 어느 한 지점에서 바쿠고는 의자에 앉아 교실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곁눈질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15분. 많이도 남았네.’ 오늘따라 배워야 할 것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크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니 집에 가서 복습 좀 하면 만회할 수 있겠지. 살짝 쪼잔한 수준으로 계산을 마친 바쿠고는 곧 각진 교과서 끝을 만지작대는 것 이상의 소일거리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눈앞에 없는 세세한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그려내는 작업으로, 여태 힘쓰지 않던 집중력이 휙 그쪽으로 옮겨가는 듯했다.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듯한 존재. 풍성하게 북실북실한 머리카락만 일컫는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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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캇데쿠 전력 60분 주제: 악연※주제랑 좀 많이 겉돕니다.※급전개 주의 기억과 감정의 상호작용은 복잡하다. 과거를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의 감정은 과연 어떻게 변화하고 유지될 수 있을까, 언제부턴가 화제가 된 이 의문은 무수한 연구자를 저항할 수 없는 호기심과 사명감의 늪에 밀어 넣었다. 그 여파는 온갖 방향으로,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쪽으로까지 퍼져버리고 말았다. “그게 말이 되나요?!”“안타깝지만, 그렇다.”“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순 없는 건가요?”“개성에 의한 게 아니라니, 또 모르지.” 침울한 열기가 찬 학급에 들어선 아이자와 선생이 몰려드는 질문을 차분히 답해주었다. 아이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정도는 달라도 모두가 심각해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날 사라졌던 급우가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