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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2D

[캇데쿠] 동창회

서리달 2016. 6. 10. 15:32

※캇데쿠 전력 60분 참여했습니다.

※주제: 요리

※고교 시절 몰래 연애하던 바쿠고와 미도리야가 졸업해 동거합니다.



독립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사소하고도 제법 심각한 어려움을 하나 골라보라고 해보자. 아마 제법 여럿이 요리라고 답해올 것이다. 그저 무럭무럭 크기 바빴던 어린 시절에야 부모님이 해주는 밥을 먹으면 되었고, 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적어도 하루 한 끼가 꼬박꼬박 급식으로 나오니 걱정할 필요가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여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는 게 그들의 조잡한 이유였다.


“진작 배워뒀어야 했는데! 이제 편의점 도시락은 질렸어!”

“과연 잡몹들이 뭘 잘하겠냐. 뻔하지.”

“말본새 하고는! 그러는 바쿠고 넌 얼마나 잘하는데!”


젓가락으로 앞에 놓인 술안주를 집던 바쿠고가 요리의 중요성을 지금에서야 알았다고 한탄하는 동창들을 비웃었다. 바쿠고 옆에 앉은 미도리야는 발끈한 학우들에게 어색하게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인덕이라면 모를까, 재능으로 캇짱을 깎아내리긴 어려울 텐데. 표정관리에 실패한 그의 얼굴에 담긴 안쓰러움을 알아챈 몇이 미도리야와 바쿠고를 번갈아 손가락질했다.


“미도리야 네가 말해봐. 저 녀석, 음식이라곤 허구한 날 시뻘건 것밖에 만들진 않아?”

“차라리 그러면 다행이지. 혹시 집안일 다 너한테 맡겨놓는 건 아니고?”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사실이라면 이건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만?”

“아냐, 아냐! 각자 분담 잘하고 있고, 캇짱이 해주는 음식은 다 맛있는걸. 가끔 약간 매울 때가 있지만!”

“정말로?!”


미도리야의 설명에 다들 반신반의하기 시작했다. 졸업하자마자 그가 바쿠고에게 끌려가 반강제로 함께 살게 되었다는 소식은 A반 전부가 알고 있는 제법 쇼킹한 사건이었다. 어릴 적부터 소꿉친구로 이어진 인연이라 해도 그렇게나 미도리야를 거슬려 했던 주제에, 대체 어째서냐는 추측과 우려가 난무했던 것에 비해 둘은 의외로 큰 다툼 없이 그럭저럭 평온한 동거를 하는 듯싶었다. 미도리야와 가장 친한 우라라카와 이이다조차 몇 번 안색이 나빴던 때를 제외하면 별다른 일이 없어 보였다고 증언했기 때문이었다.


…그랬건만,


“알아서 잘 만들어 먹이고 있다고. 니들보다 나한테 더 중요한 거니까.”

“응? 왜 중요한데?”

“그거야 데쿠 저 녀석, 일하면서 몸을 막 쓰고 다니니 살이 좀처럼 안 붙는다고. 덕분에 할 때마다 뼈가 자주 부딪혀서 거슬려. 그나마 엉덩이는 안 그래서―”

“으아아악! 캇짱!!!”


미도리야의 비명을 끝으로 기껏 열린 동창회에 피 말리는 침묵이 찾아들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이 새빨갛게 변해버린 미도리야가 변함없이 나 잘났소 턱을 치켜든 바쿠고를 끌고 급히 뛰쳐나가 버릴 때까지, 그 둘을 제외한 모두가 서로 눈을 맞추지 못했다. A반 일동은 캇짱, 이 바보! 라는 질책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진 바쿠고와 미도리야를 속으로 배웅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완전히 그들이 사라졌는지 확인한 뒤에서야 슬금슬금 다시 대화의 문이 열렸다.


“역시 쟤들, 사귀고 있었던 거지?”

“오늘 일로 보면 미도리야만 비밀로 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아까 나가면서 바쿠고, 분명 웃고 있었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사람들의 한숨과 지금에서야 알게 된 몇의 감탄사가 이리저리 섞였다. 둘에 대한 그간의 정보가 제법 모든 이들에게 공유된 뒤, 쾅쾅 상을 치던 미네타가 커플 타도를 외치는 것을 신호로 다들 다시 채운 술잔을 들었다. 약간의 동정과 환호가 술자리서 울려 퍼졌다.


“미도리야, 힘내라!”

“포기하고 잘 좀 살아 봐!”


지금 이 자리의 누구도 설마 집으로 돌아간 미도리야가 울며불며 바쿠고에게 주먹을 휘두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으리라. 바쿠고와 미도리야의 동거 후 첫 다툼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 또한, 적어도 며칠 뒤까진 알지 못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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