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요소 주의 고대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사윈Samhain 축제를 벌여 지상으로 올라온 악마와 마녀, 유령들을 위로했다고들 한다. 그러다 발생지를 넘고 현대로 와서는 시월의 마지막에 잭 오 랜턴이 익살맞게 웃는 축제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지금의 정론이었다. 이렇듯 오락이 된 할로윈이지만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하나가 있다면,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하는 날이라는 것일까. 일본 제일의 히어로 양성 기관인 유에이 고교라도 할로윈의 마력에서 빗겨날 수 없었는지, 온종일 트릭 오어 트릿이 제창되고 한껏 들떠 술렁거렸다. 하교 후 어떤 행사에 참여할지에 대한 수다와 교칙 위반을 두려워하지 않고 벌써부터 용감하게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이들까지. 모두가 즐기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여기, 작년 ..
※바쿠고와 미도리야가 성인이 되어 히어로입니다. ※비밀 연인이 된 지 몇 년이 흘렀다는 설정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치고 현관 신발장에 들어선 미도리야는 늘 하던 대로 거실 소파에 시선을 주었다. 보통 때라면 그곳에 앉아 있을 바쿠고의 모습이 없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씻는 걸까? 이런저런 이유를 가볍게 추측해보며 제 방으로 간 미도리야는 깜짝 놀라버렸다. 엔간해서는 미도리야의 방에 오지 않던 바쿠고가 떡하니 침대에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왔냐.”“다녀왔어. 캇쨩, 내 방에는 웬일이야?” 용건이라도 있는 거냐고, 평소라면 나를 네 방에 데려가지 않느냐 물어오는 미도리야에게 바쿠고는 이리 오라 손짓했다. 미도리야는 순순히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많은 사건과 오해를 거쳐 연인이 된 둘..
※캐붕 주의※짧음 ※바쿠고와 이즈쿠가 웅영 3학년 얼굴 위로 투둑 떨어지는 물방울에 바쿠고는 움찔했다. 소나기가 내리려는 건가. 아침에 본 일기 예보는 그런 말 없었는데. 잘 보이지 않는 흐릿한 시야에 의아해하던 바쿠고는 자신이 눈을 제대로 뜨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통증이 온몸에서 돌다 못해 날뛰는 상황이라 저절로 눈에 힘이 들어갔던 걸까. 중력이 다리가 아니라 등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나자빠져 행동불능이 된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쪽팔리게 뭐냐고 이게. 바쿠고는 이를 갈며 일어서려 시도했다. 몸이 움찔거렸으나 그 이상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와중에 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어렴풋이 떠올렸다. 3학년이 되자 실전 투입에 슬슬 익숙해졌고, 실제 빌런과 마주하는 일도 잦아졌다. 이번에 신고를 받고 ..
※공미포 2324자※부엉님과의 연성 교환 그날은 여느 평범한 나날과 다르지 않았다. 사신 후계자 넷은 아침에 멀쩡히 일어나 아침밥을 먹었다. 그 뒤 학교로 가 공부를 하거나 중앙에 남아 수련을 하고, 집안일을 하며 각자 자신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고 있었다. 어느덧 오후가 되었을 때까진 분명 그랬다. 다녀왔습니다. 주은찬과 백건이 하교해 막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는 그때, 부엌이 있던 부근에서 달려 나온 현우가 외쳤다. “주작 공자, 백호 공자! 큰일입니다!”“뭐?” 뒤이어 폭발음과 함께 매캐한 연기가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콜록콜록 거센 기침 소리가 들렸고, 자욱한 연기가 조금 옅어질 때쯤에서야 셋은 급히 밖으로 나왔다. 맑은 공기를 들이쉬며 새삼 산소의 고마움을 깨달았다고 숙연해진 현우에게 주은찬이 물..
손목이 가늘다. 짧고 통통한 손가락을 지나 보들보들한 손등 아래로 이어진 그것은 앙증맞고 귀엽기 짝이 없다. 바쁘게 움직이는 손을 부드럽게 돌려주고 끄덕이게 하는 다재다능한 아이의 신체 일부를 남자는 줄곧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시선을 느끼고 무시할 수 없어진 아이가 남자에게 말을 걸 때까지, 계속. “아저씨, 왜 봐요?” 이거요 이거. 남자가 보고 있던 손목을 흔들며 아이, 가람은 여차하면 도망갈 태세를 갖추었다. 아무리 청룡이 될 몸이라 해도 이 험한 세상에서 조심은 필수라 누누이 제 엄마에게 들었던 터인지라, 남자의 대답을 기다리는 가람의 눈은 상대를 수상하게 여기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알아차릴 새도 없이 자신에게 다가와 가만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남자에게 놀라고, 시간이 제법 흐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