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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2D

[미야카게] 무제

서리달 2017. 9. 18. 19:33

※전력 주제: 심술

※미정발 네타 요소가 들어갑니다.

※등장인물의 말투나 성격이 왜곡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편의상 미야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표기합니다.



어제보다 내일이 더 많을, 온갖 문학이 칭송하는 청춘에 걸맞은 나이에 이른 미야 아츠무는 다소 거칠게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덜걱이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던 쌍둥이 형제 오사무는 짜증이 서린 상대를 보고는 거의 다 먹은 도시락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제 자리에 털썩 앉은 아츠무에게 별로 궁금하지 않은 티가 나는 질문이 던져졌다.


“뭐야. 아까만 해도 멀쩡하게 밥 먹고 나가더니?”

“고백받았거든.”

“몇 반 누구길래.”

“알 게 뭐야.”


아츠무와 오사무에게 있어 고백을 받는다는 것은 연례행사, 아니 더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다. 중학교 때도 상당하던 인기는 고교 배구 유망주로 알려지면서 더 늘었다. 못해도 두어 달에 한 번은 불려 나갔으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유독 오늘따라 반응이 날카로웠다.


“고백한 애가 뭐 거슬리는 말이라도 했냐? 어째 평소랑 다르다?”

“….”


잠깐의 침묵이었다. 손톱을 세워 책상 표면을 빠르게 톡톡 치던 아츠무는 답답했는지 교복 목깃을 매만졌다. 의자 등받이에 상체를 기댄 그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답했다.


“고맙지만 사귀는 사람 있다고 좋게 거절해줬는데, 정말이냐고 묻잖아.”

“그런데?”

“그런데는 무슨 그런데야.”

“고작 그 한 마디에 지금 네가 이런 면상이라는 걸 믿으라고?”


작년에 사귀던 여자애 바로 앞에서 고백을 받은 네가 아무렇지 않았다는 건 전교가 다 알 거라고, 갑자기 낯설게 굴지 말라는 오사무에게 아츠무는 조금 더 미간을 좁혔다. 딱히 일부러 여유로웠던 것도 아닌데. 삶이 다소 쉬웠던 건 맞지만, 인간은 크건 작건 마음속에 돌멩이가 던져질 때가 있는 법 아닌가. 게다가… 생각에 빠진 아츠무에게 연이어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애인은 또 언제 만들었어?”

“몰라? 알 거라 생각했는데.”

“알긴 뭘 알아.”


요즘 네가 좀 들뜨긴 했어도, 원래 넌 사귀건 솔로건 간에 배구에 대한 거 아니면 딱히 안 그랬잖아. 일리 있는 말에 아츠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설명을 더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다른 학교 애야.”

“학교 어디?”

“멀리 있는 곳.”


성의 없는 답을 하던 아츠무는 간발의 차이로 제 머리를 때리려 날아든 손을 피했다. 이 새끼는 쓸데없이 빠르기나 하고. 강호 배구부의 세터답게 재빠른 동작에 헛손질을 한 오사무가 쯧 혀를 찼다. 평소 많이 했던 대로 둘은 농담을 섞어 가볍게 투닥거렸다.


“순순히 맞아줄 것 같냐?”

“재수 없게 굴지 말자?”


그런 게 얼마간 더 오간 뒤에야 아츠무는 끊겼던 설명을 마저 이을 수 있었다. 자세한 신상은 제외한 정보가 모이자 그걸 듣던 오사무가 인상을 구겼다. 그도 그럴 것이, 귀엽고 착한데 재능과 호승심이 있고, 시끄럽지도 않다며 철판 깔고 자랑질을 해대는데 이쪽에서 표정 관리를 할까 보냐. 배구를 계기로 만나게 되었다면서 같은 부 활동을 하는 자신의 눈에는 띄지 않았다는 게 조금 의아했으나, 그보다 제 형제의 추태 아닌 추태가 지겨워지는 게 더 빨랐다. 아츠무가 다만, 이라고 전환점의 운을 떼지 않았다면 더는 참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벗어났을 것이다.


“다만 뭐?”

“장거리 연애도, 이렇게 신경을 써본 적도 처음인데 걔는 모르겠다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가 배구 말고는 영 아무것도 몰라서 언제 손대야 할지 간 보고 있는데 정말 사귀냐는 소리나 듣기까지 하고. 기분 좋을 리 없잖아?”


너 왜 이러냐는 오사무의 시선이 아츠무의 당연하다는 듯한 불만 너머를 보았다. 저건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상대의 불안과 초조를 알아차릴 수 있는 건 한날한시에 태어나 삶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거겠지. 가벼운 한숨과 함께 오사무는 아츠무를 불렀다.


“야.”

“왜?”

“괜히 고백하는 애들한테 심술 그만 부리고, 네 애인한테 나 좀 더 좋아해달라고 매달려.”


핀잔에 가까운 조언에 아츠무는 입술을 비틀었다. 오사무는 상대의 방어 기제가 발동하기 전에 마저 핵심을 찔렀다. 지금 걔가 너만큼 좋아해 주는지 확신이 없어서 짜증 내는 거잖아. 엄한 남한테 불만 있다고 하지 말고 가서 부딪쳐. 매번 5살 먹은 애라 했더니 진짜 머리가 퇴화했냐? 사정없이 쏟아지는 공격 아닌 공격에 아츠무는 한순간 내면의 발을 헛디뎠다. 비틀거리다 기어코 중심을 잃은 속은 금방 솔직한 욕구의 물살에 휩쓸렸다. 곧 평상심을 되찾았다곤 해도 그 한순간을 놓치지 않았던 오사무는 다시금 혀를 찼다. 똑같은 낯짝이 저리 쉽게 동요하고 꼴사납게 굴다니, 모쪼록 자신은 저렇게 되지 말자 다짐하게 되어버린다.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얼른 연락하던가.”

“네가 내 등을 떠미는 건 오랜만인데. 서비스 좋다?”

“여자애한테 빠져선 추태 그만 하라는 거지. 작작 해라 좀.”

“내가 언제 여자라 했지?”


이번엔 오사무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가 스마트폰을 꺼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던 아츠무에게서 사귀는 사람이 카게야마 토비오라는 확답을 듣게 된 건, 나아가 정식으로 형제의 연인이라 소개를 받게 된 것은 조금 더 시일이 지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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