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캇데쿠 전력 60분 주제: 악연※주제랑 좀 많이 겉돕니다.※급전개 주의 기억과 감정의 상호작용은 복잡하다. 과거를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의 감정은 과연 어떻게 변화하고 유지될 수 있을까, 언제부턴가 화제가 된 이 의문은 무수한 연구자를 저항할 수 없는 호기심과 사명감의 늪에 밀어 넣었다. 그 여파는 온갖 방향으로,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쪽으로까지 퍼져버리고 말았다. “그게 말이 되나요?!”“안타깝지만, 그렇다.”“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순 없는 건가요?”“개성에 의한 게 아니라니, 또 모르지.” 침울한 열기가 찬 학급에 들어선 아이자와 선생이 몰려드는 질문을 차분히 답해주었다. 아이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정도는 달라도 모두가 심각해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날 사라졌던 급우가 프로..
※캇데쿠 전력 60분 참여했습니다.※주제: 요리※고교 시절 몰래 연애하던 바쿠고와 미도리야가 졸업해 동거합니다. 독립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사소하고도 제법 심각한 어려움을 하나 골라보라고 해보자. 아마 제법 여럿이 요리라고 답해올 것이다. 그저 무럭무럭 크기 바빴던 어린 시절에야 부모님이 해주는 밥을 먹으면 되었고, 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적어도 하루 한 끼가 꼬박꼬박 급식으로 나오니 걱정할 필요가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여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는 게 그들의 조잡한 이유였다. “진작 배워뒀어야 했는데! 이제 편의점 도시락은 질렸어!”“과연 잡몹들이 뭘 잘하겠냐. 뻔하지.”“말본새 하고는! 그러는 바쿠고 넌 얼마나 잘하는데!” 젓가락으로 앞에 놓인 술안주를 집던 바쿠고가 요리의 중요성을 지금에서야 알았다고 ..
새벽과 아침의 경계에서야 지난밤의 꿈이 깨졌다.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켜고 침대를 벗어나는 일련의 습관적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창가의 커튼을 밀어보니 그림자처럼 어둑한 아파트 단지의 형체 너머, 저 멀리 수평선에서 하루의 시작이 떠오르고 있었다. 멍한 뇌가 온전히 깨어날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다 퍼뜩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 바로 준비하지 않으면 지각할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 섰다. 욕실로 돌린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출근해야지? 아침 먹고 가렴.”“잘 먹겠습니다.” 나갈 채비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희미하던 맛좋은 냄새가 더 강해졌다. 거의 다 차렸으니 와서 앉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그대로 따랐다. 드르륵 밀려나는 의자 소리에 뒤이어 모자간 소소한 대화가 이어졌다. 아버지는요? 먼저 나가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