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캇데쿠 정모에서 라파님과 쓰기로 한, 캇짱이 데쿠에게 귀여워라고 말하는 글입니다.※캐붕 주의!!! 사람은 각자 자신에게 걸맞은 자리가 있다. 미도리야 이즈쿠를 어릴 적부터 짓눌러온 그 명제는 일견 타당해 보였다. 개성뿐만 아니라 선천적이건 후천적이건 아주 많은 부분에서 개인은 타인과 달랐고 그에 따라 정해지는 위치, 계급, 공고해지는 인식과 편견이라는 놈은 한 사람의 생을 구성하며 정의하고야 만다. 미도리야 역시 이것에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다만, 그런데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게 있었을 뿐이었다.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오랜 꿈이 순응하려는 이성을 짓눌렀던 것이다. 그마저도 용서할 수 없다고 주먹을 휘두르는 현실로 인해 포기할 뻔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미도리야는 딱 하나만 욕심을 내기로 했다. 오직 하..
※요괴x인간 AU※미도리야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전공은 대충 향토학 비스무리. ※연재 미정 태양이 잔인하리만치 강하게 내리쬐는 낮이었다. 이마의 땀을 훔친 만큼 목이 말랐다. 연신 손으로 부채질하다 길거리에 널린 카페 중 아무거나 골라 들어가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 테이크아웃이요, 쿠폰은 필요 없어요. 안녕히 가시라는 의례적인 인사를 받으며 급히 빨대를 이로 물고 음료를 빨았다. 차갑고 새콤달콤한 맛이 입과 식도를 식히자 한결 살 것 같았다. ‘그러니까, 어디랬지…?’ 매고 있던 백팩에서 지도를 꺼내 몇 번이고 살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낯선 지역의 처음 와보는 도시에서 미도리야는 당연히도 헤맸다. 그놈의 대학 과제가 뭐라고. 잘 풀리지 않아 끙끙대던 중,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던 조..
저녁노을이 다가왔던 그 날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미도리야는 결정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새 또 무슨 일이 있구나 싶은 얼굴의 우라라카와 이이다의 협조를 받아 혹시라도 상대가 먼저 저를 부를까 봐 신경 써서 동선을 바꾸고, 단체로 움직일 일이 있어도 되도록 거리를 벌리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는 그럭저럭 성과가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전혀 부르지 않으니 호칭을 지적당할 일이 없긴 했으니까. 하지만 과연 바쿠고가 이런 미도리야의 거리 두기를 용납했다고 묻는다면, 글쎄다. 점차 사나워지는 상대의 시선이 금방이라도 미도리야를 죽일 것처럼 따라붙자 반 아이들이 슬쩍 다가와 속삭였다. 한동안 너네 괜찮아 보였는데 또 왜 저러냐. 기억이 없어진 나머지 실수라도 한 거야? 저 녀석 엄청나게 쪼잔하니까..
※진단메이커에서 나온 대사 사용(제목)※데쿠가 죽을 게 뻔한 곳으로 가기로 했다는 전제※캐붕 주의 희망은 잔혹하다. 가장 아래에 숨어 모든 절망과 재앙이 휩쓰는 꼴을 보고 나서야 슬그머니 기어 나와 포기하지 말라 속삭이는 그것에 분노해보지 않은 자 있던가. 미도리야 이즈쿠는 동의했다. 그 또한 화가 없지만은 않았다. 다만 매달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간절했을 뿐이었다. 몇억, 몇십 억분의 일의 확률로 자신의 꿈을 이룰 기회를 부여받은 운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고통스럽게 발버둥 치다 놓아야 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쇠사슬처럼 무거운 미련을 질질 끌며, 흉한 질투가 흐르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겠지. “그래서야.”“이, 멍청한 등신아!” 눈앞의 남자는 잔뜩 인상을 구긴 채 위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답답해..
※사망 요소 주의 고대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사윈Samhain 축제를 벌여 지상으로 올라온 악마와 마녀, 유령들을 위로했다고들 한다. 그러다 발생지를 넘고 현대로 와서는 시월의 마지막에 잭 오 랜턴이 익살맞게 웃는 축제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지금의 정론이었다. 이렇듯 오락이 된 할로윈이지만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하나가 있다면,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하는 날이라는 것일까. 일본 제일의 히어로 양성 기관인 유에이 고교라도 할로윈의 마력에서 빗겨날 수 없었는지, 온종일 트릭 오어 트릿이 제창되고 한껏 들떠 술렁거렸다. 하교 후 어떤 행사에 참여할지에 대한 수다와 교칙 위반을 두려워하지 않고 벌써부터 용감하게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이들까지. 모두가 즐기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여기, 작년 ..
※바쿠고와 미도리야가 성인이 되어 히어로입니다. ※비밀 연인이 된 지 몇 년이 흘렀다는 설정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치고 현관 신발장에 들어선 미도리야는 늘 하던 대로 거실 소파에 시선을 주었다. 보통 때라면 그곳에 앉아 있을 바쿠고의 모습이 없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씻는 걸까? 이런저런 이유를 가볍게 추측해보며 제 방으로 간 미도리야는 깜짝 놀라버렸다. 엔간해서는 미도리야의 방에 오지 않던 바쿠고가 떡하니 침대에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왔냐.”“다녀왔어. 캇쨩, 내 방에는 웬일이야?” 용건이라도 있는 거냐고, 평소라면 나를 네 방에 데려가지 않느냐 물어오는 미도리야에게 바쿠고는 이리 오라 손짓했다. 미도리야는 순순히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많은 사건과 오해를 거쳐 연인이 된 둘..
※캐붕 주의※짧음 ※바쿠고와 이즈쿠가 웅영 3학년 얼굴 위로 투둑 떨어지는 물방울에 바쿠고는 움찔했다. 소나기가 내리려는 건가. 아침에 본 일기 예보는 그런 말 없었는데. 잘 보이지 않는 흐릿한 시야에 의아해하던 바쿠고는 자신이 눈을 제대로 뜨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통증이 온몸에서 돌다 못해 날뛰는 상황이라 저절로 눈에 힘이 들어갔던 걸까. 중력이 다리가 아니라 등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나자빠져 행동불능이 된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쪽팔리게 뭐냐고 이게. 바쿠고는 이를 갈며 일어서려 시도했다. 몸이 움찔거렸으나 그 이상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와중에 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어렴풋이 떠올렸다. 3학년이 되자 실전 투입에 슬슬 익숙해졌고, 실제 빌런과 마주하는 일도 잦아졌다. 이번에 신고를 받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