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포 2324자※부엉님과의 연성 교환 그날은 여느 평범한 나날과 다르지 않았다. 사신 후계자 넷은 아침에 멀쩡히 일어나 아침밥을 먹었다. 그 뒤 학교로 가 공부를 하거나 중앙에 남아 수련을 하고, 집안일을 하며 각자 자신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고 있었다. 어느덧 오후가 되었을 때까진 분명 그랬다. 다녀왔습니다. 주은찬과 백건이 하교해 막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는 그때, 부엌이 있던 부근에서 달려 나온 현우가 외쳤다. “주작 공자, 백호 공자! 큰일입니다!”“뭐?” 뒤이어 폭발음과 함께 매캐한 연기가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콜록콜록 거센 기침 소리가 들렸고, 자욱한 연기가 조금 옅어질 때쯤에서야 셋은 급히 밖으로 나왔다. 맑은 공기를 들이쉬며 새삼 산소의 고마움을 깨달았다고 숙연해진 현우에게 주은찬이 물..
※킹스맨 60분 전력 주제: 유년기※공미포 1946자 에그시는 생각했다. 자신의 짧다면 짧은, 20년을 조금 넘긴 삶에서 유년기라 할 수 있을 만한 시기는 얼마나 될까. 아비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 몇 년도 되지 않아 에그시는 아이의 몸에 어른의 인내를 갖추어야 했다. 집에 남은 돈은 없었고 그의 어미는 홀로 스스로를 지탱하기에도 약했다. 에그시는 그녀가 데려온 애인이 제 뺨을 후려친 그 날부터 직감했다. 행복한 어린 시절따윈 개나 주라지. 그렇게 포기하고 살아왔건만, 해리 하트라는 남자가 그때 끊어진 것을 이어 붙였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남자는 에그시를 구원했고, 의지할 수 있게 했고, 미래를 열어주었다. 자신에게 그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것도 해리였다. 그는 마치 아비가 아..
※공미포 2514자 혈기왕성한 청춘은 사랑을 한다. 갓 킹스맨이 된 에그시에게 이 말은 꼭 들어맞는 문구였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해야 했던―심지어 정식 요원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첫 임무에서 성공적으로 공주님과 뒹굴었던 것처럼 그의 연애는 자유분방했다. 애인이 없을 때는 불타는 하룻밤을, 사귀기로 한 뒤에도 짧은 만남을 반복하는 그에게 뭐라 하는 사람이 딱히 존재하지 않아 더 그럴지도 몰랐다. 다 자라다 못해 건강한 20대 청년의 사적인 영역을 함부로 지적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어쩌면 가까운 사람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구라면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에그시의 어머니 미쉘은 어린 딸, 그의 동생을 돌보느라 바빴고, 그가 밖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