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포 2594자※마지막 시험 내용이 영화와 다릅니다. 게리 에그시 언윈이라는 인간의 생에서 기적을 말해야 한다면, 그것은 해리 하트로 완전하지 않을까. 에그시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은 자신의 능력을 부인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어둑한 밤바다에서 단 하나의 등불조차 없는 것 같은 과거, 그 웅덩이에서 꺼내준 사람이 해리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했다. 에그시는 그에게 감사했고, 그를 존경했다. 에그시는 해리가 원하는, 그의 새로운 동료가 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느끼는 바를 옳게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새로이 밟은 인생의 토대 밑으로 무너져 내리지 않으려고만 노력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삶이란 것은 만만치 않았다. 아니면 빌어먹게도, 에그시 자신에게 원한이 있기라도 한 모양이..
공미포 2630자 ※마지막 시험 내용이 영화와 다릅니다. 해리의 닫힌 눈꺼풀 안에서 에그시가 란슬롯 후보 최후의 두 명 중 하나로 정해지고, 우열을 가리기 위해 임무에 투입되었던 그 시간은 여태 선명했다. 이제부터는 실전이라던 멀린의 경고대로,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던 임무에서 에그시와 다른 후보는 고군분투했다. 타겟은 만만치 않았고 이미 방해를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는지 비상벨이 울리고 무장한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그 결과 기어코 그들이 준비했던 무기를 기어코 쓸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오자, 지켜보던 해리는 내색할 수 없는 초조함을 느꼈다. 에그시의 부친 역시 같은 과정을 겪는 걸 보았던 탓일까. 지난날 자신의 과오가 겹쳐 보였다. 확신과 비슷한 기묘한 예감에 해리는 돌연 불안해졌다. 감정에 따라 ..
공미포 2748자※마지막 시험 내용이 영화와 다릅니다. 해리 하트는 가을을 닮은 남자였다. 그의 정열은 특정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개 갈무리되어 드러나지 않았다. 해리라는 남자가 무미건조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전설 속 기사의 이름을 칭호로 받을 무렵부터 그의 동료들은 우아한 태도와 신랄한 혀, 태연하게 상대를 엿 먹일 수 있는 그의 능력에 고개를 흔들었다. 또한 그들이 입을 모아 동의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해리 하트라는 인간의 불꽃은 난장판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깨지고 부서지는, 곱게 자리한 무엇이 산산조각이 나는 곳에서 그는 타올랐다. 그러나 다행히도, 해리의 동료들 및 주변 사람들은 그가 업적을 쌓아나가 입지를 단단히 하게 될 즈음에 이르러서야, 그의 더러운 성질머리가 많이 ..
공미포 2168자 밤안개가 짙다.인류가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이 도시는 많은 별을 잃었다. 창문을 여니 자욱함이 묵직했고, 매캐한 회색이 코를 파고들어 재채기를 나오게 했다. 청년은 다른 누군가가 들을까 소리를 죽였고, 때문에 마땅히 재채기를 한 뒤에 와야 할, 만족스러운 시원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코를 문지르며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자리에서 고개를 살짝 드니 하늘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았다. 청년은 공기 사이로 늘어진 캄캄한 장막을 걷어내듯, 부러 손을 휘둘렀다. 닿지 않을 것을 앎에도 그는 별을 찾아대었다. 저 밑에서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이 그가 원하는 것을 막는 듯도 싶어, 그는 결코 아래를 보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도 새벽을 기다렸다. *“미스터 언윈? 반갑습니다.”“안녕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