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포 2168자 밤안개가 짙다.인류가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이 도시는 많은 별을 잃었다. 창문을 여니 자욱함이 묵직했고, 매캐한 회색이 코를 파고들어 재채기를 나오게 했다. 청년은 다른 누군가가 들을까 소리를 죽였고, 때문에 마땅히 재채기를 한 뒤에 와야 할, 만족스러운 시원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코를 문지르며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자리에서 고개를 살짝 드니 하늘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았다. 청년은 공기 사이로 늘어진 캄캄한 장막을 걷어내듯, 부러 손을 휘둘렀다. 닿지 않을 것을 앎에도 그는 별을 찾아대었다. 저 밑에서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이 그가 원하는 것을 막는 듯도 싶어, 그는 결코 아래를 보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도 새벽을 기다렸다. *“미스터 언윈? 반갑습니다.”“안녕하세..
킹스맨 스포있음공미포 1664 모든 것이 끝나고 자신이 인류의 큰 고비를 막아냈음이 분명해진 뒤, 에그시는 엄마와 데이지가 기다리는 집이 아니라 해리의 저택으로 찾아갔다. 그가 문도 잠그지 못하고 뛰쳐나갔음에도 다행히 저택은 타인의 손을 타지 않았다. 부드럽게 열리는 문 앞으로 들어서며 에그시는 모자를 고쳐 썼다. 지금 그의 복장은 적의 심장부에 들이닥칠 때 입었던 것이 아니었다. 해리와 마지막 언쟁을 하던 그 차림으로, 에그시는 천천히 이전의 행동을 반복했다. 해리가 2층 계단을 내려오던 위치에 시선을 두고는 박제된 피클이 있는 곳의 문을 열었다. 미동 없이 고정된 개의 눈이 반질거렸다. 에그시는 그 눈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엔 임무를 성공했다는 고양감이나 아찔한 정사(情事)의 만족 등은 조..
손목이 가늘다. 짧고 통통한 손가락을 지나 보들보들한 손등 아래로 이어진 그것은 앙증맞고 귀엽기 짝이 없다. 바쁘게 움직이는 손을 부드럽게 돌려주고 끄덕이게 하는 다재다능한 아이의 신체 일부를 남자는 줄곧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시선을 느끼고 무시할 수 없어진 아이가 남자에게 말을 걸 때까지, 계속. “아저씨, 왜 봐요?” 이거요 이거. 남자가 보고 있던 손목을 흔들며 아이, 가람은 여차하면 도망갈 태세를 갖추었다. 아무리 청룡이 될 몸이라 해도 이 험한 세상에서 조심은 필수라 누누이 제 엄마에게 들었던 터인지라, 남자의 대답을 기다리는 가람의 눈은 상대를 수상하게 여기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알아차릴 새도 없이 자신에게 다가와 가만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남자에게 놀라고, 시간이 제법 흐를 ..